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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 국면, 한의사 활용의 열쇠는?
  • 편집국
  • 등록 2024-06-19 20:34:19
  • 수정 2024-06-24 14: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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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개혁과 의료일원화 포럼, 한의대 교육개혁 계획 방안 토론회 개최
김경한 교수 "한의대 교육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
송미덕 43대 학술부회장 "의료인,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의학을 목표로 가야"
최혁용 43대 한의사협회장 "동일하게 배우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교육개혁과 의료일원화 포럼(이하 교육포럼, 대표 : 임장신)에서 24년 6월 17일 한의과대학 교육혁신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교육포럼은 한의대 교육개혁과 의료일원화를 위한 모임으로 45대 선거때에도 지속적인 정책포럼을 개최해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경한 우석대 교수를 초청하여 한의과대학 교육혁신방안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 기사에서는 해당 포럼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김경한 교수는 국내외 의과대학 현황과 현재 한의과대학의 상황을 비교하며,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한의사 인재상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맞춘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고 했다.

 

 먼저 국내 의과대학은 전 세계적 의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어 2000년 초반부터 기존 학문 중심, 교과목 중심, 교수자 중심에서 역량 중심, 내용 중심, 학생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개편하였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최근에 의과대학 내에서 예과와 본과를 통합하는 6년제 바탕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면서 학습자 중심, 환자 중심, 사회적 책무 중심을 더욱 더 강조하면서 통합을 넘어선 통섭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고 했다.

 

 반면 한의과대학에서는 한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 교육개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의과대학 교육혁신은 2010년도부터 추진되기는 했으나 의과대학의 2000년 초반 추진하였던 개혁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교육 개혁이 진행되지 못한 핵심적 이유로는 한의계 내부에서 한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소위 말하는 '의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전통의학 전문가' vs '의사와는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전통의학 전문가'라는 구도가 여전히 팽팽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교육개혁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한의사를 의사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였다. 의사 파업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의사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나 그 대상으로 간호사, 약사 등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대로 의료개혁이 진행되면 미래 일차의료 중심은 증원된 의사와 새롭게 역할을 부여받은 간호사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한의학 교육과정이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적절한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며, 정부에서 한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현재 필수의료에서 응급이나 중증질환을 제외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의료인력이 필수적이며, 한의사들은 그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의사와 한의사는 다르다는 것이 핵심 논리이며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의과대학과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동일하게 평가받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한의계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의료일원화 테이블은 기울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원화 논의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왔고, 그 과정에서 한의계의 입지 역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의사 증원에 따른 정부의 적극적인 의학교육 대상 투자가 진행되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은 격차가 더욱 커지고 되돌릴 수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따라서 그동안의 추진되었던 점진적 개선 방식으로는 어려우며 전면적인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결론으로 제시하였다. 

한의대 교육은 교원간 한의학 정체성에 대한 견해차, 의학교육 중요성 인식부족, 임상 경험 부재, 사립대 특성상 모교 지원 부재, 한의계 자체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인하여 지난 10여년간 한의계가 선택해온 점진적 혁신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교육혁신이며, 의과대학이 교과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현재시점에서 한의과대학도 함께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함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한대협(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추진 예정인 “한의과대학 통합 6년제 교육 과정 개발”이라는 용역에서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해당 용역을 통해 국제적으로 의학교육기관 수준에 맞추고 국내 의과대학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에 대해서는 2026년부터 시작하는 제5차 한의학 육성 발전 계획에 구체적 내용이 담겨서 정부의 힘으로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경한 교수는 서로 다른 의학체계가 통합된 미국의 정골의학 사례를 제시하면서 한의사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정골의학는 그 당시 남용되던 약물치료를 부정하면서 의학과 차별화된 직종으로 시작된 의학체계이다. 플랙스너 보고서 이후에 정골의과대학 교육개혁의 방향성을 두고 내부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졌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당시 정골의과대학은 약리학 관련 과목의 학습을 두고 정골의학 학문을 창시한 AT Still과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의과대학과 동일한 교육내용과 평가를 받도록 교육과정 개혁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의사(MD)가 부족해진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의사와 동일한 진료권한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들면서 의-한 교육통합 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한의대 졸업생 및 기존 한의사의 해외 의대 편입 지원, 국내 의대 편입 등의 개별 사례를 축적하는 방식과 한국한의약진흥원 등 공공기관에서 기존 배출된 한의사를 대상으로 일차의료에 필요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평가한 이후에 의료공백에 투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통합의과대학 설립, 학부6년와 전문의, 혹인 학부6년에 선택1년을 추가하는 등으로 통합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고 제언하였다. 

 

 의과대학 교육내용 외에 추가로 배워야 할 한의약 내용에 대해서는 한의 임상 현장에 꼭 필요한 내용만 교과 과정에 포함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의과대학에서도 6년 학부 과정에는 일차의료 임상 현장 중심으로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분량은 계속 이슈가 될 것이지만 최종 목표인 일차의료가 가능한 한의사 배출이라는 목표하에서 한의약 내용은 현장성, 실용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가져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이은경 43대 한의약정책연구원장의 주도로 한의대 교육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하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는 교육개혁을 주된 회무로 진행했던 43대 한의사협회에서 실질적 과정을 이끌었던 송미덕 43대 전 학술부회장이 한의대 교육과정 개혁방향이라는 주제로 나섰다.

 

 의과 교육과정 개편을 따라가기 위해 43대 당시 협회가 드라이브를 걸고 한대협을 출범시켰으나 한의계 내부 갈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던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경한 교수가 이야기한 한의사 정체성에 대해 일원화가 최선임을 강조했다. 이원화 체제에서 면허 범위 확장은 한계가 있으며 일차의료, 방문진료 뿐아니라 나아가 보험적용 측면에서 결국 면허권에서 오는 걸림돌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중서의 7년~8년 과정에서 질환을 이해하고, 진단 과정을 배운 후 환자를 한의학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예로 들며, 한의대 교육 역시 의생명과학을 기본으로 한의학 개념이 추가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에서 임상과 기초 교실 사이 시수 배분 등의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강의하는 교수들의 역량과 교수법 측면의 개선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종적으로 교육개혁이 의료인,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의학을 목표로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과교육에서처럼 한의학 과목 간의 수평적·수직적통합을 통해 수업시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존 한의사의 경우 양방 의료기관 임상 실습, 인턴 수련 등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대비해야 궁극적인 일원화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 한의계에 필요한 것은 면허에 상관없이 전문의는 각 전문과목에서 전문적인 양방지식과 술기를, 한의사는 일차의료에 필요한 각종 술기를 익히도록 협회와 시도지부, 학회에서 수준 있는 교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토론자로는 43대 한의사협회장으로 의료일원화와 교육개혁을 최선두에서 이끌어온 최혁용 43대 한의사협회장이 토론자로 나서 의사파업이라는 현 시점에서 한의사활용방안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 


 최회장은 먼저 의사공급 확대는 한의사에게 기회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의사들은 의대 증원 확대 반대 끝에 차선책으로 한의사의 의사 전환을 선호할 것이고, 정부 입장에서 한의사를 의사의 대체재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해왔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의대 정원 확대 국면에서는 이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사들이 의대 정원확대를 받아들이는 국면이 아니라 강제당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신임 의협회장이나 의사파업 현황 등을 보더라도 일원화 등 미래 지향적인 결단을 내릴 주체도 없으며 정부는 간호사를 교육해 PA간호사를 활용하는 드라이브를 거는 중인데, 사회적으로도 간호사 활용이 한의사 활용에 비해 위해가 덜하다는 인식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음으로 현재 한의사 패싱의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치과의사는 구강외과 수련시 GP 수업을 다 받으며 그렇게 배출된 구강외과 전문의 치과의사는 양방 GP와 동일한 면허범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90년대 한의사 전문의 제도 도입 당시 수련과정을 법적 면허 범위와는 관계없이 해당 분야에 양한방 통틀어 전문성을 가지도록 설계했다면 지금과 같은 시기 한의사가 의사의 대체재로, 상쇄권력으로 쓰일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충분히 교육된 한의인력이 있으면 사회적으로 목소리가 달라졌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선발대의 성공사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3대 협회에서는 협회가 대학과 교수집단을 강제해서 교육개혁을 끌고가려는 시도였고, 43대의 교훈은 거대한 단체를 한번에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2016년 기초종합평가 반대, 2020년 학제 개편 반대 등 수많은 이해 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DO의 면허 범위 확대 역시 군대에서 시작되었던 것처럼 한의계도 실제 면허 범위와는 관계없이 동일하게 배우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선발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의학에 대한 인식과 한의사라는 정체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한의학이라는 것이 언제부턴가 유지하고 전승하는 대상, 마치 고고학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현재 존재하는 전통한의학이라는 것도 일제강점기에 창조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한의학'이 아닌 그냥 '의학'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학이란, 환자에게 도움이 되면 취하고 아니면 버리는 실용 학문이며 한의사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이어지는 플로어 토론에서는 교육개혁의 당위성은 모두 동의하지만,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교육개혁의 주체인 대학과 교수집단이 자체적으로 개혁하기에는 방향성과 인프라, 동의 수준 모두 장애가 있으며 협회가 이끄는 시도 역시 실패했던 사례가 지적되었다. 

 정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교육개혁을 정부 방침으로 정하고 끌고가는 것이 필요성과, 어렵긴 하지만 여전히 한의사협회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었다. 

 모두 동의한 내용은 교육개혁은 이미 많이 늦어졌으며 더 이상 한의계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교육포럼에서는 차후에도 지속적인 포럼을 통해 해당 주제를 좀더 발전시킬 것을 약속하며 포럼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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